능내역, 도심 속 조용한 쉼표
서울에서 한 시간쯤.
복잡한 도심을 벗어나 강을 따라가다 보면
시간이 조금 느리게 흐르는 곳, 능내역이 있다.
지금은 열차가 멈춘 폐역이지만
낡은 역사와 표지판, 오래된 플랫폼의 자취가
묘하게 따뜻한 분위기를 만든다.
한때는 수많은 이들이 오가던 자리라는 걸
이 조용한 공기가 대신 말해주는 듯하다.
이 조그마한 폐역을 나서면
새로운 길이 펼쳐진다.
이제 능내역은 자전거길의 중심이 되어
북한강과 남한강을 잇는 국토종주길의 일부로,
도로가 넓고 포장도 잘 되어 있어 라이더들에게 인기가 많다.
나도 종종 이 길을 달린다.
짧게는 양평까지, 길게는 춘천까지.
계절이 바뀔 때마다 풍경과 공기가 달라지고,
그게 또 이 길을 다시 찾게 만드는 이유다.
힘이 떨어질 땐
강변 곳곳에 있는 카페나 음식점에서 잠깐 쉬어간다.
그 쉼이 다음 페달을 더 멀리 나아가게 해주니까.
그래도 체력이 바닥나면
지하철을 타고 돌아올 수도 있다.
초보자도 부담 없이 하루 코스로 즐길 수 있는 길이다.
무엇보다 이 도로는 자전거 전용이라
자동차를 신경 쓸 일 없이 달릴 수 있다.
아이와 함께라도 안전하게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이 길의 가장 큰 매력이다.
강을 따라 이어지는 산책로는 생각보다 한적하다.
바람이 차가워도 햇살이 부드럽고,
강 건너편으로 이어지는 산 능선이 멋스럽다.
단순한 자전거길이 아니라,
도심 가까이에서 만나는 작은 ‘여유의 구간’ 같다.
능내역으로 가는 길은 교통편이 그리 녹록지 않다.
자차를 이용한다면 능내역 주변에
크고 작은 주차 공간이 여럿 있지만,
주말엔 이마저도 금세 차곤 한다.
지하철로 간다면 경의중앙선 팔당역이나 운길산역에서 내려
자전거길을 따라 이동할 수 있다.
도보로는 약 한 시간이 걸리니,
가능하다면 자전거를 대여해 가는 걸 추천한다.
능내역 주변에는
물의정원이나 양평 두물머리 같은 명소도 가깝다.
짧게 둘러봐도 좋고,
조금 더 여유를 내어 천천히 둘러보는 것도 좋다.
능내역은 화려한 관광지는 아니다.
그렇지만 그 단정한 고요함이
오히려 마음을 천천히 채워준다.
도심 가까이에 이런 여유가 남아 있다는 게
괜히 고맙게 느껴진다.